곁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며 걷는 일
-<데모:북 demo:book> 1회 현장의 목소리
최 은 순(소설가)
1.
2015년 9월 22일 화요일, 오후 4시. 중앙동 또따또가 갤러리에서 <로컬데모>가 진행하는 <데모:북 demo:book> 제1회가 열렸다. 서평강좌 형식의 <데모:북 demo:book>은 지난 8월 6일에 있었던 ‘인적 재개발에 저항하는 지역문화예술인들의 연속간담회(1)’와 같은 선상에 있다. ‘<신생> 사태로’부터 촉발된, 두 편집위원의 권리박탈의 문제를 지역 문단 전반에 만연한 문화예술인들의 열악한 환경의 문제로, 나아가 전체 사회의 문제로 확대해서 사고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이 경험하고 문제의식을 느낀 것들을 공유하여 온당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방안을 고안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선정된 책은 이창근의 『이창근의 해고일기』(오월의 봄, 2015년 2월)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쌍용자동차 투쟁을 기록한 일기 형식의 글이고 크고 작은 매체에 실렸다. <데모:북 demo:book>을 시작하면서 김대성 선생님은 책을 읽으면서 ‘대의’로 무장된 거대한 싸움이 아닌 현장성을 바탕으로 한 싸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커다란 명분이나 규모에 포착되지 않는 다양한 움직임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얘기했다. 곧이어 김만석 선생님의 서평강좌가 진행됐다. 강좌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졌다. 책 내용으로 들어가기 전, 서두에 해당하는 부분과 7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노동자 글쓰기의 유형, 그리고 이창근의 『해고일기』에서 발견할 수 있는 노동자 글쓰기의 독특한 형태에 관한 것.
서두부분에서 김만석 선생은 최근 들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쟁점 두 가지, 난민과 디아스포라에 관해 이야기했다. 하나는 시리아 난민과 관련된 것인데 지중해를 건너 유럽 망명을 떠났다가 터키 해변에서 발견된 세 살 꼬마의 시신, 또 하나는 청년실업 해결과 정년보장을 앞세운 임금피크제. 서로 달리 보이는 이 두 사태를 김만석 선생은 재난으로 보았다. 국내의 무력분쟁과 내전으로 4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난민이 되고, 국경을 넘다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과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그 돈으로 청년들의 일자리를 마련, 일반해고제도를 도입하여 상대평가로 점수를 매겨 쉽게 노동자를 해고하도록 하는 것 모두 삶의 터전에서, 생계를 위한 일터에서 어떤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법과 제도의 이름으로 사람들을 내몬다는 점에서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정이나 보장된 미래는커녕 생계조차 이어갈 수 없도록 하는 노동현실과 함께 김만석 선생은 자율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삶과 노동이 분할되지 않는 형국’에 대한 설명도 이어갔다. 삶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터에 가서 일을 하는 것, 삶과 노동하는 자리가 구분되던 것과 다르게 현재의 사회는 사회 전체가 하나의 공장이라는 것이다. 일하는 현장에서의 노동이 그 바깥에 존재하던 삶의 영역으로 확대된 것, 아예 삶 자체가 노동하는 현장이 돼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삶 자체가 자본이 되고, 기업의 것으로 환수되는 것. 이에 대한 예로 김만석 선생은 유튜브를 들었다. 애초에 유튜브는 전세계인들이 손수 제작한 동영상을 올려 자유롭게 공유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서비스가 시작되고 몇 년이 지나 전세계 유저들에 의해 활성화된 이 공간은 구글에 매각됐다. 이제는 없다는 것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 카카오톡처럼 일상적으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재미나 놀이로, 때로는 대화의 창구로 콘텐츠를 이용하는 행위자체가 돈이 되고 기업의 배를 불리는 일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활성화 되고 있는 카카오택시에 관한 것을 라디오에서 들은 적이 있다. 일반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인데 이것의 궁극적인 목적은 카카오톡을 이용해서 택시를 타는 사람들의 이동경로를 파악하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대한 정보를 통해 상권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기술의 증진으로 생활이 편리해진다는 것만 보일 뿐 그 이면의 존재하는 자본의 움직임을 제대로 인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람과의 만남, 대화, 교감을 나누는 것은 자본이 주도한 기술산업인 미디어를 경유하지 않고서는 이루질 수 없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 모든 장치들이 사라진다면, 잠시라도 멈춰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짧은 시간 동안 정전이 되는 순간을 생각해본다면, 암흑 전치의 세상에서 부지불식간에 엄습해오는 공포는 생활의 불편함을 훨씬 능가하는 차원이라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김만석 선생은 이창근의 『해고일기』를 통해서 우리의 삶 도처에 만연돼 있고 실질적으로 겪고 있을 지도 모를 재난의 유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한다. 쌍용자동차의 사태는 그 당사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삶이라고 하는 사적영역에까지 침투한 자본, 공장에서의 착취가 일상의 영역까지 침투한 재난의 문제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하며 아울러 국가와 사회가 부과한 재난을 실감의 영역으로 인지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감정적 기복이 감지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읽기가 무척 힘들었다고 김만석 선생은 말했다. 그러나 책의 저자인 이창근 씨가 그랬듯 좀 더 객관적인 층위에서 읽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말했다. 『해고일기』는 노동자 글쓰기의 한 유형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에 앞서 김만석 선생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노동자 글쓰기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했다. 1970년대 박정희 체제는 노동자에 대한 유화적 정책을 철회하고 본격적으로 반공을 내세운 억압적인 정책을 펼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노동자의 입과 목을 조이기 시작하는데, 이에 대해 노동자들은 문자언어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때 글의 형식은 새로운 형식이 아니라 기존의 형식을 빌려와 이야기한다. 대표적으로 일기 형식, 연대기적 서설, 이미 있는 노래에 자신의 삶을 내용으로 한 가사로 바꾸는 것. 이것은 80년대까지 이루어지는데 이에 대한 가치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다. 김만석 선생이 보기에 이러한 방식은 굉장히 전복적이고 도발적인 글쓰기지만 이와 반대로 자신의 형식이 부재하다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90년대부터는 미디어의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담을 수 있게 됐다. 사진, 디지털미디어, 르포르타주의 전업작가 증가. 2000년대부터는 창조적인 형태로 노동자 글쓰기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김진숙 씨의 『소금꽃 나무』를 들 수 있으며, 이창근 씨의 글쓰기를 새로운 노동자 글쓰기의 형태를 완성하는 한 사례로 보았다.
『이창근의 해고일기』가 가진 특성은 단순한 일기형식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이창근의 해고일기』는 신문에 연재된 칼럼들을 나누어서 배치한 책이다. 이 책은 노동자 글쓰기 가운데 독특한 형태를 몇 가지 지니고 있다. 첫 번째로 ‘걷기와 글쓰기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 이것은 김만석 선생 자신도 놀랍고 동시에 감동적이라 생각한 부분이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 가운데서도 모든 것을 책임지면서 글쓰기를 수행한다는 것은 대단한 공력이 필요한 일이며 힘든 상황에서도 사람들과 나누고자 하는 것을 늘 견지하고 있는 자세가 감동적이었다고 했다. 두 번째로 『해고일기』는 내용상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반부는 쌍용자동차의 문제, 후반부는 재난, 즉 모든 사회구성원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 전자는 전쟁담론으로 후자는 재난담론으로 읽힌다. 쌍용사태는 일종의 ‘기획된 부도’이며 동시에 국내정치의 산물, 그래서 공장 안에서의 노동자의 행태를 전쟁이라는 상황에 빗대어 서술했다는 것이다. 이때 싸움은 사측과 노동자의 대결이며 쌍용차의 문제는 노동자만의 문제로 인식되기 쉽다. 후반부의 쌍용사태는 일종의 재난의 문제로 전환해서 서술되고 있다. 파업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없고 해고자복직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서술한다. 이때 복직투쟁을 전개하는 방식은 전쟁이 아니라 재난으로 사회화해서 논의하고 있다는 것인데 재난은 그것이 발생하는 순간 누구에게나 공통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건이 된다. 해고의 문제 역시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재난과 같은 것이다. 재난을 이야기할 때 나올 수 있는 두 가지 관점이 있는데 첫째는 절대적 곤경에 대한 것이다. 관습, 제도, 노동력 등 모든 것이 사라지는 형태 말이다. 두 번째는 그럼에도 기회의 순간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곤경이 발생할 때 곧바로 희망으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 극도의 폭력이 제기되기도 한다. 차별이 대표적으로 발생하는 폭력을 말한다. 그래서 이창근의 『해고일기』가 후반부를 재난의 형식으로 서술된 것은 탁월해보이지만 희망에 대한 과잉된 형태로 보이기도 한다는 점을 김만석 선생은 우려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창근 씨의 훌륭한 점은 모든 글의 마지막에 희망을 타진하기 위한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 한 번도 포기한 적이 없다는 것. 이것은 단 한 번도 나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는 의미다. 적대시하는 세력과 언제나 맞서 버틴다. 그런데 이 버티는 동력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김만석 선생은 말한다. 이창근 씨는 쌍용차해고의 문제, 파업을 하고 복직투쟁을 벌이는 것을 객관적으로 증명하려 했다. 법적으로 밝혀지기를 원하는 사안은 언제나 법적인 차원에서 해결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동료들이 있었다. 전반부의 동료는 노동자들, 후반부의 동료는 대한문 앞에 모셔놓은 쌍차 노동자 영정에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한다. 동시에 늘상 해왔던 자기비판. 남의 도움 없이도 일을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이창근 씨는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끝까지 싸우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동료라는 측면에서 김만석 선생은 문화예술 행위가 노동행위와 같은 것이라면 문화예술인들이 『해고일기』의 키워드와 도구상자를 발굴해야 한다고 보았다. 노동자들이 가장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사회적인 문제에 이의를 제기했을 대 발생하는 관계의 단절. ‘면도칼로 관계를 도려내는 것’ 친한 동료와의 결별과 같은 문제가 가장 힘들다. 기업, 사회, 미디어가 조장하기도 하기 때문. 그런 점에서 『해고일기』는 중요하다고 보았다.
마지막으로 김만석 선생은 이창근의 『해고일기』를 왜 우리가 서로 나누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론 <로컬데모>의 문제를 설명해주는 키워드를 담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모두가 공통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문제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선생은 자신이 현재 앉아 있는 자리에 객석에 모인 사람들 역시 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성 선생은 우리 모두가 구조조정 대상이지 않나, 어제까지 다녔던 직장을 오늘 아침에 해고통보 받는 세상이지 않나. 그래서 무력한 구조조정 대기자가 아니라 구조조정이라는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으로서 『해고일기』는 그들만의 목소리가 아니라 그것을 일종의 구조요청이라면 국가와 교과부 등은 못 듣겠지만 과연 우리는 들을 수 있는가, 그리고 그것에 응답할 수 있는가. 응답할 수 있는 말을 찾는 것이 이 자리에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2.
잠깐의 휴식시간을 보내고 2부가 이어졌다. 1부와는 달리 2부에서는 자리 배치를 달리했다. 강의하는 자리와 객석의 구분 없이 의자를 동그랗게 배치해서 둥글게 모여 앉았다. 2부의 시작은 왜 이 자리에 오게 됐는지를 각자가 돌아가면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별한 목적 없이 참석했다는 이지은 씨는 오늘 강좌를 들으면서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게 됐고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지은 씨와 함께 온 권종민 씨는 평소에 재난에 대해서는 생각을 했었다. 그것과 관련해 참여는 간혹 했었고 강좌를 듣고 싶은 마음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간담회와 평가회에 참석했었고 이번 모임이 세 번째 자리인 송진희 씨는 <로컬데모>가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해 하고 있는 고민들이 자신이 속해있는 현장에서의 문제나 고민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 참여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오게 되었다고 했다.
김만석 선생은 첫 번째 간담회 할 때는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했다. 자신이 현재 당면한 문제를 사람들에게 전달할 때 말하는 방식을 고안해야 하는 것, 자신이 편한 대로가 아니라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형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버벅대고 말하다 중단하기 등.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사람들이 그 사이에 말을 끼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오늘의 이 자리에 와서도 자신이 겪은 문제는 말하기가 또 힘들고 그래서 말하기 방식, 다시 말하기 방식을 고안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새로운 말의 방식을 고안해서 블로그에 업로드 할 것이고,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 좋겠다는 말을 전했다. 페이스북에서 알게 됐다는 박상현 씨는 대학원생이며 노동당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쌍용차 문제가 내 문제라는 것이 와 닿는다고도 했다. 최근 진행됐던 노동개혁에 관해서는 회사에 취직한다면, 일을 잘하지 못하면 가차 없이 잘려나가는 환경에 놓일 것 같다고 했다. 김상미 씨는 제 위치에 대한 생각과 함께 위기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아직 정리가 안 돼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이라고도 했다.
김대성 선생은 『이창근의 해고일기』는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며, 이 책을 읽다보면 누구라도 ‘자본에 이기지 못할 것 같은데 왜 계속 싸울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재능교육도 해고자들의 소송이 2600여 일이라는 시간을 견디고서야 겨우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임을 승인 받을 수 있었고 KTX 여승무원들은 결국 패소했다. 자살자가 계속되고 있는 데도 계속되는 싸움. <로컬데모> 또한 뚜렷한 성과가 없는 방식으로 계속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고 했다. 간담회 때 성과가 있었음에도 이후에 굉장히 무력한 상태에 한동안 놓여있었는데, 개인의 무력함도 있겠지만 계속해서 맞닥뜨리게 되는 모욕, 그래서 그냥 무기력 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겪은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린다면 다음 세대에도 그대로 이양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적인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공적인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문화예술인이 겪는 권리와 권한박탈, 폭력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을 굳혔다는 것이다. 마땅히 그 기능을 담당해야 할 공적기구들은 침묵하고 있으니 새로운 기구를 발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계속해서 만날 수 있는 작업을 지속하는 것이 우리가 싸우는 방식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간담회나 <데모:북 demo:book>을 통해서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만석 선생은 공적기구의 침묵이 어떻게 보면 거대한 공모의 상태에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해고일기』에는 공장에만 돌아가면 되는가,라는 질문에 이창근은 아니다, 복직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과 사회에 새로운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은 지금 정리해고 중이고 부당한 해고를 하고 있다. 쌍용, 한진, 콜텍, 기룡, 현대자동차 하청업체, 마트들을 모두 순회하는 것은 쌍차 해결만이 다가 아니라는 의미인 것이다. 투쟁학교, 시위학교, 해고학교, <로컬데모>는 일종에 시위를 배울 수 있게 되는 것, 이전에는 생각할 수 없는 관계형식으로 전환하는 것, 동료를 만나는 새로운 인식들을 제공해준다. 뒤늦게 이경미 씨 참석 했다.
김대성 선생은 『해고일기』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는 자본의 비밀을 가장 많이 학자이면서 철학자’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문제제기하고 싸우다보니 자연스럽게 알게 된 것들, 그렇게 알아버렸기에 투쟁을 중단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생사태, 작가회의 묵살, 지역신문의 침묵 등을 알아버렸기 때문에 중단할 수 없는 것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학자, 철학자라는 말은 잠재적인 능력을 담보하는 말이고 노동자를 새로운 주체로 부각시키는 말인데 그렇다면 오늘날 예술가들의 잠재성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해고일기』에서 76일 파업이 진행될 때 어떤 노동자가 ‘우리끼리라도 자동차 만들자’고 했다고 한다. 오늘날 자동차 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콜드콜텍 해고 노동자들은 밴드를 만들어 시위 현장을 찾아가며 정기적으로 공연을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희망이나 꿈을 계획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품게 된다고 했다. 김만석 선생은 『해고일기』의 222쪽을 인용하며 쌍용자동차 사태를 미스터리와 스릴러라는 영화 장르로 비교한 이창근의 창의적이면서도 탁월한 분석적 시선에 감탄했다고 한다. 김대성 선생은 『해고일기』에서 이창근 씨가 쓰는 인용이나 비유들을 보면서 그가 훌륭하다,라고 느낀 게, 그것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발명한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현장에서 만나는 사람이 다르니, 그들에게 맞는 언어를 찾아서 쓸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언론사 보도협조문을 작성하는 사람이다 보니 체계적인 글쓰기는 물론이고 현장에서 계속해서 생각하고 발명해낸 결과물이 그의 글쓰기라는 것인데 김만석 선생은 그것을 도구상자와 같은 것이라고 했다. 삶 자체가 도구상자를 구비해놓고 있는 사람, 언제 어디서나 도구를 사용해서 그 현장에 맞게 사용할 줄 아는 사람 말이다. 비록 『해고일기』가 이창근의 이름을 달고 있지만 5년 동안 현장에서 만났던 희망의 가능성, 동료를 만나고 그들과 함께 한 시간들을 담고 있다. 권종민 씨는 세월호 시위에 참여했었는데 세 번째로 시위하는 현장에 갔을 때에 진심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한두 번 갔을 때는 어떻게 해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세 번째 갔을 때 곤봉을 든 경찰들이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무력을 행사하려 할 때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그러지 말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생각이 바뀌게 됐다고 한다. 송진희 씨는 <살림>의 간담회 이후에 생각했던 것을 전해주었다. 함께 살아가는 감각이라는 것이 생각보다는 힘들고 끊임없이 발명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그러나 마음을 모으고 각자의 삶에서 마련된 자리로 오게 하는 것이 어렵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송진희 씨는 서평강좌를 들으면서 길어올릴 수 있는 말이 있었는데, 바로 현장이라는 말이라고 했다. 현장이야말로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감각할 수 있는 말이며 그래서 우리에게 더 많은 현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로컬데모> 역시 더 많은 현장과 접속하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가진 잠재성이란 자기가 있는 자리를 먼저 인식하는 것이고 모인 사람들의 각자의 현장을 만나는 일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봤다는 것이다. 그리고 몸에 관한 이야기. 걷기와 글쓰기가 결합된 것과 관련해 <로컬데모>의 몸이란 어떤 걸까 생각해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지은 씨 본인은 부조리한 상황에 닥치면 대체로 순응하는 편이지만 이창근 씨는 계속해서 그 이유를 찾는 모습을 보며 나도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이창근 씨가 알아버린 것들에 대해서 나의 경우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말을 좀 더 고민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하게 됐는 것이다. 김대성 선생은 녹색당의 경우, 사소해보이는 일에도 성명서를 계속해서 발표하는 일을 언급하며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대단한 일인 것 같다고 했다. 당의 대의를 내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곁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는 차원으로서의 성명서이기 때문이다. <로컬데모>도 그처럼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경미 씨는 동료가 있지만 나 자신의 문제에만 집중한 나머지 옆의 동료의 목소리를 듣게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어떤 사건과 안타까운 일에 대해서 단순히 대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같이 공감하려는 모습을 보고 느낀 점이 많았다고 했다.
『이창근의 해고일기』와 함께 한 서평강좌의 마무리 시간. 김만석 선생은 다음에도 함께 읽고 싶은 책이 있다면 <로컬데모>에 건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 자리의 이야기를 후기로 작성해 보는 등 나름의 도구상자를 가지고 있다면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고, 직접 참여, 직접 만나 대화해서 같이 걸어갈 수 있는 방편들을 함께 고안해볼 수 있었으면 한다고도 했다. 그것이 이창근 씨가 말한, 스스로의 삶을, 서로의 삶을 지탱시킬 수 있는 힘이지 않나 생각해본다고 했다. 해야 할 일은 많지만 하고 있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고 당사자, 함께 모일 수 있는 의제가 있어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 했다. 멈춰 있을 수만은 없다는 생각에서 <데모:북 demo:book>이 만들어졌는데, 앞으로도 서로와의 간극을 매우기 위한 노력들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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