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께 메일을 보낸 후 저희들은 일주일동안 응답을 기다렸습니다. <한국작가회>의 부산지회인 '부산작가회의'에 소속된 회원은 200명이 넘습니다. 현재 회장직을 맡고 있는 분이 <신생>의 발행인기도 한 터라 <신생> 사태로 빚어진 권리 박탈에 대한 문제를 사무국에 직접 요청하는 것이 혹여나 개인을 몰아세우는 일이 되지 않을까 염려 되어 회원들께 직접 메일로 보낸 것입니다. 몇몇 회원분들께서 지지와 응원의 메일을 보내주셨고 사적인 전화나 문자를 보내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럼에도 '신생 사태'를 부산작가회의라는 공적 기구를 통해 공론화하는 것은 요원해보였습니다. 이사회가 소집될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사무국에서도 아무런 응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들을 수 있었던 반응은 어쩌면 '그 문제가 잘못된 일인 건 알겠는데 그래서 뭘 어쩌자는 거냐'와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산작가회의 산하 조직인 청년문학위원회와 지역문학...위원회에 작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어떤 응답도 없었습니다. 저희들은 이 침묵을 필사적으로 이해해야만 했습니다. 그 침묵 속에 잠정적인 동료가 있었고, 그 침묵으로부터만 어떤 응답이 도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의 응답을 기다리는 것은 '말 하지 않음'이라는 묵살을 위한 침묵과 '말 할 수 없음'이라는 구조적으로 강요된 침묵의 거리를 가늠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어차피 안 될 거라 서둘러 냉소해서도 안 될 것이고, 당신은 어째서 아무런 말도 없는 것이냐 힐난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그래서 무작정 기다렸고 잠깐 절망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메일을 썼습니다. 동어반복적으로 읽힐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여전히 어떤 응답을 기다리고 있음을 알리는 아래와 같은 메일을 썼습니다. 이 메일을 쓰면서 지역 문학판에서 자행되고 있는 개인에 대한 권리 침해와 박탈을 보호하고 해결할 수 있는 조정기구 및 협의기구가 절실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새기게 되었습니다.
<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께 올리는 두 번째 글
1.
안녕하세요. <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께 다시 메일을 보내게 된 비평 분과 회원 김대성, 김만석입니다. 저희 두 사람은 지난 2015년 7월 14일 시전문계간지 <신생> 구성원들의 비민주적인 공모로 인해 부당하게 편집위원 권한을 박탈당한 일을 문건으로 작성하여 <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께 보내었습니다. 그 이후 고작 일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한 달이 훌쩍 넘어버린 것처럼 길고 긴 시간을 견딘 것만 같습니다. 그간 특정 잡지 내부에서 발생한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권한 박탈을 공론화하고 <부산작가회의>라는 공식 기구에 이 사태를 알려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을 모으고자 한 일련의 과정이 꽤 이례적인 일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저희들은 이러한 부당한 사태가 부산 문학장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여러 차례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권한을 박탈하거나 정신적/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일들이 있어 왔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저 짐작 밖에 할 수 없는 이유는 그 문제들이 공론화 되지 못하고 사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희들의 이 문제제기가 부산 지역 내부의 불합리한 논의 구조에 의해 자행되고 있는 비민주적인 절차와 폭력 행사를 해결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이후 다른 곳에서, 다른 매체에서, 다른 모임에서 또 다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사태를 홀로 감내해야 하는 이들이 저희들처럼 참담함 속에 고립되지 않을 수 있도록 작은 매듭을 만드는 일을 늦었더라도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신생>에서 자행된 비민주적이고 폭압적인 권한 박탈과 권리 침해에 관해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무척이나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시에 ‘사람의 평판’을 무엇보다 중요 시 하는 부산 문단에서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세력에 대해 문제제기 한다는 것은 더 큰 폭력을 당할 수도 있으며 철저하게 고립될 수도 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부끄러움과 이후에 닥칠지도 모를 유무형의 폭력을 무릅쓰고 <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께 간곡히 호소한 것임을 다시 한번 알아주시기를 바라면서 저희들의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2.
다행히 몇몇 회원님들께서 사태의 심각성에 동의해주셨고 응원과 지지의 말씀도 해주셨습니다. <신생> 사태를 <부산작가회의>라는 공식 기구를 통해 공론화 한 이유는 그저 ‘폭로’나 ‘고발’을 위한 창구로 활용하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저희들은 <부산작가회의>라는 공식 기구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며 그 이후 일련의 반응 속에서 부산 문단을 대표하는 이 기구의 기능과 역할을 확인하고 또 그것이 제대로 작동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다행히도 <부산작가회의>의 주체인 회원님들께서 가만히 계시지 않고 저희에게 말씀을 건네주시고 이 심각한 사태에 감응해주셨기에 작은 희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 점 마음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희들이 본 작은 희망은 <신생> 사태를 공론화 할 수 있다는 것이라기보다 <부산작가회의>라는 기구가 회원들의 의견과 입장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의 발견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3.
회원님들께 메일을 보내고 며칠 후 <부산작가회의>의 회장님과 사무국에 <신생> 사태의 심각성을 다시 알리고 회원의 권리가 부당한 권력 앞에 침탈당한 이 문제를 의제화 해주실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습니다만 아직 아무런 응답을 듣지 못한 상태입니다. 아울러 수백 명의 회원님들께 메일을 보냈음에도 앞서 응답해주신 몇몇 분들을 제외하고는 아직 충분한 응답을 듣지 못한 실정입니다. 저희들은 회원님들 모두가 <신생> 사태가 잘못된 것이라는 의견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해주기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부산 문단에서 자행된 이 부끄럽고 참혹한 사태가 남의 집 싸움이 아니라 권력을 남용하여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인 폭력을 자행한 것에 대한 회원님들의 구체적인 생각과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야말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따름입니다. 말을 하는 것은 작가의 소명이고, 그것을 포기한 문학 집단이나 공동체란 자기 주체성을 상실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부산작가회의> 사무국에서는 어떤 의견이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만 불행히도 아직 아무런 응답이 없는 실정입니다. 물론 <신생> 사태에 <부산작가회의>의 서정원 회장님이 관련 되어 있기에 의견을 피력하시기가 용이하지 않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부산작가회의> 회장직과 <신생>의 발행인은 엄연히 다른 지위와 역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저희들이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부산작가회의> 회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그것을 지켜줄 의무가 있는 회장님과 사무국에서 공식적인 의견을 모으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고 해도 지금까지 그 어떤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공식 기구가 정상적인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이후 <신생> 사태와 유사한 일들이 다시 자행되었을 때 <부산작가회의>에 소속되어 있는 회원들의 권익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사무국의 대응과 응답이 절실하게 필요한 실정입니다. 회원들의 공식적인 문제제기를 묵살한다는 것은 회원들의 권리를 묵살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저희 두 사람은 <부산작가회의> 사무국이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권리를 지키는 기구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부디 이 믿음을 의심하거나 저버리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4.
아울러 이 사태의 중심에 놓여 있는 <신생>의 발행인(서정원), 편집인(이규열), 편집주간(김경복), 편집위원(김수우, 김참, 이성희, 황선열), 편집장(이은주)께서도 모르쇠로 일관할 것이 아니라 뒤늦게라도 입장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부산작가회의> 사무국이나 회원님들께라도 이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혀주시면 ‘폭로’와 ‘고발’이 아닌 보다 생산적인 논의를 해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께서도 저희에게 직접 의견을 전하시기 저어되신다면 회장님을 비롯한 사무국에라도 의견을 전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산작가회의> 산하에 크고 작은 모임과 기구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 각각의 소모임에서도 의견을 모아주시기를 바라고 논의된 내용을 공식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부산작가회의> 회원인 저희 두 사람의 권리가 부당한 공모로 인해 침해당한 ‘사태’를 알리는 것은 저희들의 몫이겠지만 그것을 ‘사건화’ 하는 것은 <부산작가회의>의 회원님들과 <부산작가회의>라는 공식적인 기구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저희 두 사람에 의해 공론화된 <신생> 사태가 단순히 저희 두 사람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일이 아니라 <부산작가회의>의 모든 회원님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사례로 여겨주시기 바라고 이 사태를 해결해가는 과정 속에서 <부산작가회의>라는 기구의 가능성과 한계 또한 부족하나마 가늠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5.
<부산작가회의> 회원인 김대성/김만석의 권리를 부당한 공모를 통해 박탈한 <신생> 사태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이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저희들이 미처 짐작하지 못하는 저간의 사정과 내용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사태를 공론화하고 문제제기 하는 것은 순전히 저희 두 사람에게 행해진 부당한 권한 침탈과 부끄러움을 모르는 권력 남용에 의한 것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저희 두 사람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신생> 사태를 공론화한 것입니다. 이후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음을 모르지 않습니다.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수 있다는 것 또한 각오하고 있습니다. <부산작가회의>를 통한 <신생> 사태의 공론화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저희들은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일을 중단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희들이 중단한다면 비정상적임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여기는 기구들과 개별자들의 권리를 침해당함에도 그 누구도 문제제기 하지 않는 비정상적인 부산 문단의 풍조가 더욱 공고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모(不毛)란 혜택을 받지 못했거나 상대적인 박탈 상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의 영토’가 속절없이 ‘사막화’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저희들은 부산 문단이 <신생> 사태를 해결하고 자성할 수 있는 능력을 너끈히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6.
불편할 수도 있는 내용을 거듭 보내게 되어 송구합니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의 고견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무국의 의견 또한 경청하겠습니다. 저희들은 지역문화 민주주의가 침탈당하고 붕괴되는 <신생> 사태와 같은 문제를 의제화 하여 논의를 지속해나가고자 합니다. 언론을 비롯한 매체에 글을 기고하여 이 사태를 알리고 간담회, 토론회, 집담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여 현장에서 각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의 목소리를 모을 계획입니다. <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과도 이 일련의 작업을 함께 해나가고 싶습니다. 의견을 주시면 경청하여 반영할 수 있도록 애쓰겠습니다. 다시 소식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2015. 7. 21
<부산작가회의> 회원
김대성, 김만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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