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께 호소합니다.
부산작가회원님 여러분 안녕하세요. 비평 분과 회원 김대성/김만석입니다.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이름으로 모든 회원님들께 이런 메일을 쓰게 될 거라 생각해본 바 없었으나 오늘 저희들은 부산작가회원님들께 전례 없는 방식으로 간곡한 호소를 하고자 이렇게 메일을 보내드립니다.
김대성/김만석은 각각 2010년부터 시전문계간지 <신생>의 편집위원으로 일을 해왔습니다(김대성은 2008년부터 편집장 역임 이후 편집위원). 역사와 전통이 있는 매체의 일원으로 그간 맡은 바 역할에 충실하고자 했고 이룬 성과도 적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난 7월 1일 <신생>의 발행인(서정원)으로부터 ‘편집위원 일을 그만 두었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 받았습니다. 내부 회의를 통해 그렇게 결정했다는 것입니다. 김대성/김만석은 두 사람을 제외한 상태에서 결정된 이 사안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으며 어째서 이런 방식으로 의견을 전달하는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그만두었으면 한다는 결정의 이유는 ‘마음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설사 그렇다 해도 엄연히 편집위원 일을 해오고 있는 두 사람을 제외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이 논의가 공식화된 의견으로 둔갑하여 일방적으로 통보될 수 있다는 사실에 참담함을 금치 못했습니다. 이런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의견이 도출되고 그것을 당사자들을 불러내 일방적으로 통보할 수 있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묻고 또 물었지만 그 질문은 이미 벌어진 사태를 돌이키거나 수습하는 데 무력할 뿐이었습니다. 이 의견을 전달받으면서 참담했던 것은 부당함에 대한 상처뿐 아니라 함께 일구어온 매체와 그 구성원에 대한 부끄러움이 더해진 것이었습니다. 부당함에 대한 호소와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부산작가회원님 여러분께 호소하고자 이 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
김대성, 김만석은 <신생> 편집위원으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을 활동을 해왔습니다. 5년 이상의 시간을 <신생>에서 불가능한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왔습니다. 지역 잡지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지역의 가치를 어떤 방식으로 돋을새김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형용할 수 없는 비용들을 치르고 많은 시간들을 보내왔습니다. 어쩌면 이런 저간의 사정들은 중요하지 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한 지역에서 잡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한다는 것은 저 모든 태도가 조건으로 요청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내용을 굳이 밝히는 것은 이 무상의 노동이 투여되는 시간에 대한 보상 때문이 아니라 그 시간 자체를 부정해야하는 순간 앞에 강제로 도착해야 한다는 참담한 현실을 엄정하게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슬프고 참담한 일이지만 <신생>의 편집인(이규열)과 발행인(서정원) 그리고 편집주간(김경복), 편집위원들(김수우, 김참, 이성희, 황선열)이 김대성/김만석을 제외한 자리에서 두 편집위원들을 일방적으로 내쫓는 일이 일어났습니다(부득불 구성원들의 이름을 병기한 것은 실명을 공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생>이라고만 표기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오해를 조금이나마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1999년 창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신생>을 위해 애를 쓰셨던 많은 분들이 계셨고 지금은 <신생>이 아닌 다른 자리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하고 계신 줄로 압니다. 한 때 <신생>과 함께 하셨던 그 분들의 이름이 혹여나 오해를 받지나 않을까 염려하기 때문임을 헤아려주셨으면 합니다). 이런 부끄러운 일을 알리는 것은, 두 사람의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무릅쓰고서라도 이 사태를 알리는 것은 그저 개인의 억울한 사정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은 물론이거니와 한국문학 전체에서도 ‘거론’된 바 없던 내부의 비민주적인 공모 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문제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저희들이 느끼는 참담함과 부끄러움은 수치심을 느낄 정도로 형편없는 방식으로 내쫓겼다는 것이 공론화된 방식으로 노출되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만이 아니라, 지역 잡지의 주요한 축을 담당했던 <신생>의 논의구조가 이 정도 밖에 되지 않음을 지각하고 그것을 내부적으로 정화하지 못하고 외부에 공개해야만 하는 한계에 대한 부끄러움이라는 것을 부기해둡니다. 뿐만 아니라, 저 황망한 사태를 그냥 황망하고 비참한 일을 당했다는 수동적인 경험이나 사적인 일로 묻어야 할 것이 아니라 공적인 문제로 옮겨두지 않는다면 이런 일들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를 내부적인 것으로, 사적인 것으로, 인간관계의 갈등으로 사소화 할 때 이후 다시 발생할 이러한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권리를 박탈하는 폭력에 어떤 개인들은 홀로 참담함과 상처를 감내하는 일을 거듭해야 할 것입니다.
설사 김대성/김만석이 납득할 수 없다 해도 당사자가 참여한 자리에서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면 두 사람이 편집위원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절차를 내부적으로 진행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처음 발행인으로부터 편집위원들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중국집에서 전해 듣게 된 강제 퇴출의 결정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한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 역시 아무리 열심히 생각해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종류의 것이었습니다. ‘마음이 맞지 않아서’라는 이유가 전부였습니다. 물론 감정적이고 심정적인 내용만을 전달하게 된 저간의 맥락이나 사정 또한 있을 줄로 압니다. 그럼에도 편집위원 가운데 가장 연배가 낮은 두 편집위원들에게 저런 표현을 쓰면서 강제로 사퇴를 종용하는 방식을 취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문제는 사퇴 공모와 강제 사퇴 요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저 태도가 아주 자연스러운 합의(공모)를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 <신생>이라는 지역 잡지의 현재적 상황이라는 하겠습니다. 지역 문학의 현재를 이끌어가고 있다 자부하는 집단 내부에서 편집위원의 권한을 강제적으로 박탈하는 폭력적인 방식으로만 내부 합의를 이끌어낸다는 사실은 지역이라는 열악한 지반 아래에서 분투하며 문학적, 문화적 텃밭을 일구는 사람들에게도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저희들이 <신생> 사태를 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께 알리고 것은 <신생>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집단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신생>이 특정 개인의 소유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지역을 거점으로 긴 시간을 이어오며 무엇보다 지역의 가능성과 가치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왔다는 점에서 공적인 매체의 자리에 놓여 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만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이와 같은 일에 대해 대응하고 또 응답할 수 있는 방식이 생길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 하기 위해 부산작가회의 회원님들께 메일을 보내는 것임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당연히 내부적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었는가, 궁금히 여기실 줄로 압니다. 김대성/김만석은 지난 7월 6일 위와 같은 사안에 대한 부당함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슬픔과 참담함 속에서도 이러한 비민주적인 절차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작성하여 현재 <신생> 구성원 모두에게 메일로 보낸 바 있습니다. 그 어떤 응답도 없었으며 7월 8일 편집주간님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을 뿐입니다. 함께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겠으니 만나자는 용건의 내용이었으나 그것은 메일로 요청한 사안에 대한 응답일 수 없으며 그 또한 일방적인 통보의 방식과 다르지 않은 것이었으므로 저희들은 응할 수가 없었습니다. 최소한의 사과나 해명 없이 ‘함께 할 수 없는 이유를 다 설명해주겠다’는 말을 듣기 위해 만나기란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아울러 <신생> 구성원들은 메일에 대한 그 어떤 응답도 하지 않는 것을 방침으로 합의했다는 내용만 전달 받을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 문제를 성급히 외연화 한 것은 아닌가 의구심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을 줄로 압니다. 저간의 사정을 상세히 다 설명하기는 어려운 일이지만 위와 같은 내부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간곡한 시도가 있었음을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이 사태가 부산 문단에서 발생한 문제라 판단했고 더군다나 현재 <신생>의 모든 구성원들이 부산작가회의 소속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을 공적인 것으로 외연화 할 때 가장 먼저 부산작가회의라는 공식 기구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저희 두 사람이 처한 곤혹한 상황을 외연화 했을 시 혹여나 부산문단에 오점을 남기지는 않을까, 지역 문단에 안 좋은 인상을 주지 않을까 심히 염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우선 지역 문학 장 내에서 발생한 이런 일들을 지역 문학 장 내에서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논의 구조를 도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해서는 안 되는 성질의 것이었다면, 이미 벌어진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역 문학 장 내의 자정능력을 확보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줄이고 줄였음에도 지나치게 길게 여겨졌을 <신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문제에 대한 회원님들의 고견을 구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어쩌자는 것이냐’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을 듯합니다. 편집위원을 사퇴를 할 수 없다면 그걸 우리보고 어쩌라고 메일을 보내느냐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대로 이 일이 단순히 부산의 한 잡지의 편집위원들 사이에서 일어난 나쁜 전례가 아니라, 부산의 문학 장이 겪고 있는 일이며 해결해야 할 일로 받아들여야만 합니다. 오랜 시간 애를 써왔던 시간들과 일구었던 장소에서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권리를 박탈하는 이러한 행위는 노동현장이든 문화현장이든 어디에서든 용납될 수 없는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사람이라면 응당 지녀야 할 가치들을 발굴해 나가고 생태적 가치관을 문학적으로 수행하려는 <신생>이라면 더욱 더 그 가치를 지키기 위해 분투해야 하지만 도리어 ‘마음이 맞지 않는다’는 자의적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당한 이유로 두 편집위원의 권리를 무자비한 방식으로 박탈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지 믿기 힘들기만 합니다. 부산작가회의에 소속된 회원들이 그 역사와 현재의 가치를 지키고 미래에 대해 자부심을 갖기 위해서라도 이러한 비민주적인 강압에 의해 권리를 박탈당한 문제에 대해 자정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혜안이 마련될 거라 생각합니다. 다시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 일은 두 사람이 <신생>이라는 잡지의 편집위원으로부터 강제 사퇴된 것이 아니라 비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의견을 도모하며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관행이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에 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이며 이러한 관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호소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 문제를 <신생> 내부 차원에서 논의할 수도 없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도 차단되어버린 상황인 터라 부산작가회의라는 공식적인 기구를 통해 문제 해결을 위한 절차를 밟아나가고자 합니다. 사무국에 알려 이 문제를 검토한 뒤 회원님들께 전달하는 것이 절차적으로 옳다는 것을 아오나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직접 메일로 내용을 전하게 됨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들의 간곡한 호소를 내버려주지 마시고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견이나 부산작가회의라는 기구를 통해 논의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추후 회원님들의 고견을 경청하여 후속 논의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2015. 7. 14일 화요일
부산작가회의 회원
김대성 / 김만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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